<2666>의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 (Roberto Bol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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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66>의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 (Roberto Bolano)
  • 김흥순
  • 승인 2014.01.04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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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토 볼라뇨
<2666>의 작가 로베르토 볼라뇨 (Roberto Bolano)

"하나의 문학 형식으로써 소설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기념비적인 작품" -뉴욕 타임즈

로베르토 볼라뇨는 자전적인 색채를 가진 문학적 탐정 소설에 정치적 현실을 교묘하게 끼워넣는 작풍으로 유명하다.

'2666'은 제목부터 묘하다.
적그리스도를 상징하는 666과 관련 있다는 해석부터 작가의 전작 소설 ‘부적’에 나오는 ‘2666년의 공동묘지처럼 보인다’는 구절에서 따 왔다는 의견도 있다. 이 방대하고 난해한 소설을 읽기 전에 출판사가 내 놓은 해설서 ‘볼라뇨, 로베르토 볼라뇨’를 일독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해설서 값이 666원이다..

'2666'은 볼라뇨가 스페인의 블라네스에서 치명적인 간질환 진단을 받고 집에 틀어박혀 목숨을 걸고 쓴 유작이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로베르토 무질의 『특성 없는 남자』, 카프카가 남긴 세 편의 장편소설과 같은 유작이다.

작가의 파란만장한 이력에 비극적인 죽음이 더해졌고, 그는 순식간에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전설이 되었다.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5년 동안 매달린 필생의 역작이다. 볼라뇨는 이 작품에서 걷잡을 수 없는 악의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 파헤치고, 악의 본질과 태동에 관해 이야기한다.

볼라뇨는 죽음이 임박했다는 사실을 알자 자신의 작품 '2666'을 5부 소설에 걸맞게 다섯 권으로 나눠 1년 간격으로 출판해 달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겼다. 하지만 유언 집행인은 볼라뇨의 유언을 뒤집고 '2666'을 한 권에 모든 분량을 담아 출판했다. 이번 한국어 번역판은 5권으로 나눠 출간됐다.

'2666'은 1부부터 5부까지 서로 관계없는 듯한 각각의 지류들로 구성돼 있지만 결국 하나로 합쳐져 거대한 바다로 흘러들어 간다. 과거와 현재는 모호하게 뒤섞여 있고 그것 자체로 하나의 연속성을 띤다.

1부는 노벨상 후보로 언급되는 독일 출신의 80대 작가 베노 폰 아르킴볼디를 연구하는 네 명의 문학연구자들의 연애담이 주를 이뤄 전체 소설의 갈피를 잡기가 쉽지 않다. 소설은 종적을 감춘 아르킴볼디의 최종 행선지인 멕시코의 가상도시 산타 테레사를 향해 느리게 나아간다.

2부는 아르킴볼디의 책을 번역한 칠레의 교수 아말피타노가 등장한다. 그는 딸 로사와 함께 산타 테레사에 정착한다. 불온한 지역의 분위기가 엄습하고, 아말피타노는 자꾸만 이상한 꿈에 시달린다.

3부는 미국의 흑인 신문 기자인 오스카 페이트가 권투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 산타 테레사로 간다. 하지만 그는 권투 경기보다 산타 테레사에서 벌어지는 여성 범죄 사건에 관심이 쏠린다. 전 세계 언론에 아직 보도된 바 없는 참혹한 범죄 사건들을 조사하다가 그는 이에 연루된 어떤 여자를 만나게 된다.

4부는 연일 무수한 여성이 처참하게 죽어나가는 산타 테레사를 묘사한다.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과 탐정들이 몰려들지만, 사건은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교회 곳곳에서는 미지의 인물이 똥오줌을 갈긴다. 경찰은 경호원으로 일하던 랄로 쿠라라라는 청년을 영입한다.

5부는 키 큰 금발 소년 한스 라이터가 등장한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그는 어느 날 유대인 작가 보리스 안스키의 일기를 계기로 작가가 되기로 한다. 그의 필명은 '베노 폰 아르킴볼디'다.

칠레에서 태어나 멕시코에서 거주했던 작가가 미국과 접경한 도시로 설정한 산타 테레사는 멕시코 도시 후아레스를 모델로 했다. 후아레스는 1990년대 초반 10년에 걸쳐 여성 200여 명이 성폭행 당하고 살해된 도시로 인신과 마약이 거래되는 악의 전시장과 같은 공간이다.

작가는 아르킴볼디가 작가가 된 계기였던 유대인 작가의 일기를 통해 산타 테레사에서 벌어진 연쇄 살인과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유대인 대학살의 본질적인 동일성을 드러낸다. 현대성의 본질을 악의 일상성과 평범성으로 포착한 노회한 작가의 통찰력이 빛난다.

분위기도 형식도 다른 각각의 부는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두 개의 중심축으로 연결된다. 아르킴볼디라는 수수께끼 같은 작가와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 도시인 산타테레사에서 일어나는 여성 살해를 중심으로, 볼라뇨는 비평가들의 모험과 철학교수의 불안과 기자의 권태와 100구가 넘는 훼손된 시체와 사라진 작가의 일대기를 자유자재로 오가며 독자를 “권태의 사막 한가운데 있는 공포의 오아시스”(보들레르를 인용한 『2666』의 제사)로 인도한다.

로베르토 볼라뇨는 가르시아 마르케스 이후 라틴 아메리카에 등장한 최고의 작가, 스페인어권 세계에서 가장 추앙받는 소설가, 라틴 아메리카 최후의 작가. 저 세상으로 간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에게 바치는 찬사다.

볼라뇨는 1953년 칠레 산티아고에서 트럭 운전사의 아들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기를 보내고 15세 때 멕시코로 이주했다. 청소년기 볼라뇨는 걸신이라도 들린 듯 책을 읽었고 시를 쓰기 시작했다. 난독증 탓에 고등학교를 중퇴한 볼라뇨는 20대 초반에는 '인프라레알리스모'라는 반항적 시 문학 운동을 이끌기도 했다.

20대 중반 유럽으로 이주, 30대 이후 본격적으로 소설 쓰기에 투신한다. 이유는 스페인 여성과 결혼했고 1990년에는 아들이 태어났기 때문이다.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볼라뇨는 시인에서 소설가로 변신한다.

볼라뇨는 첫 장편 『아이스링크』(1993)를 필두로 거의 매년 소설을 펴냈고,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볼라뇨 전염병》을 퍼뜨렸다. 특히 1998년 발표한 방대한 소설 『야만스러운 탐정들』로 라틴 아메리카의 노벨 문학상이라 불리는 로물로 가예고스상을 수상하면서 더 이상 수식이 필요 없는 위대한 문학가로 우뚝 섰다.

힌 해에 두 권 정도를 썼다.
2003년 스페인의 블라네스에서 숨을 거두기 직전까지 매달린 『2666』은 볼라뇨 필생의 역작이자 전례 없는 《메가 소설》로서 스페인과 칠레, 미국의 문학상을 휩쓸었다.

그의 작품에서는 범죄, 죽음, 창녀의 삶과 같은 어둠의 세계와 볼라뇨 삶의 본령이었던 문학 또는 문학가들에 관한 이야기, 그리고 암담했던 라틴 아메리카의 정치적 상황에 관한 통렬한 성찰이 끝없이 펼쳐진다.

그의 글은 사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중첩되고 혼재하며, 깊은 철학적 사고가 위트 넘치는 풍자와 결합하여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작품으로는 대표작 『2666』과 『야만스러운 탐정들』을 비롯해 장편소설 『먼 별』(1996), 『부적』(1999), 『칠레의 밤』(2000), 단편집인 『전화』(1997), 『살인 창녀들』(2001), 『참을 수 없는 가우초』(2003), 시집 『낭만적인 개들』(199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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